가십칼럼란에 보도되었다 하여 모두 의견이라 볼 수 없으며,
유명 가수의 남편인 원고는 공적 인물이 아니므로
현실적 악의 입증책임이 없다

Huggins v. Moore, 27 Med. L. Rptr. 1691 (뉴욕주 지방법원 항소부 1999. 4. 8. 선고)

판시요지

1. 신문 가십란(gossip column)에서 여자 가수와 음반 제작자인 남편과의 이혼 관계를 다룬 보도는 그 내용을 볼 때, 소송의 대상이 안 되는 의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2. 신문 가십란에 보도된 내용을 반드시 의견으로 보아야 한다거나 공적 관심사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위 음반 제작자인 남편은 원래 공적 인물(public figure)이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보도로 인하여 공적 인물로 전화(轉化)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4. 따라서 신문사 및 가십 칼럼니스트는 이 사건 보도에 명예훼손적 내용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사건 개요


1. 소송의 경과

이 사안은 음반제작자인 원고가 가수인 전처(前妻) 개인 및 신문사와 가십 칼럼니스트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이다. 1심인 뉴욕주 지방법원(New York Supreme Court)에서는 원고의 약식판결 신청을 기각하고, 피고의 약식판결신청을 인용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가 항소하였는데 이 판결의 항소부에서는 1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2. 사실관계

가수인 Melba Moore와 그녀의 남편이면서 음반제작인 Charles Huggins(이 사건 원고)의 이혼 관계를 다룬 Daily News라고 하는 신문사의 가십란(gossip column)에서의 보도를 문제삼은 소송이다.

가십 칼럼니스트인 Linda Stasi는 위 신문사를 통하여 한 달 동안에 도합 세 번의 보도를 하였는데, 이 보도에서는 위 이혼관계에 관한 Moore의 견해와 진술을 주로 인용하였다.

Moore는 Tony 상 수상자이고, 두 번에 걸쳐 Grammy 상의 후보자로 지명된 바 있는 유명한 연예인이다. 한편 그녀의 남편인 Huggins(원고)는 음반 제작자로서 그가 경영하는 제작회사에는 Moore 및 다수의 연예인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 부부는 1976년에 결혼하여 한 명의 딸을 두고 있었는데, 1990년에 Huggins는 Pennsylvania 주에서 이혼판결을 얻어냈다. 그런데 이 판결은 Moore가 다투어 보지도 못하고 내려진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안 Moore는 곧바로 뉴욕주 지방법원에 위 이혼판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뉴욕주 지방법원은 1993. 4. 12. 위 이혼판결의 무효를 확인하는 한편, 위 부부 사이에 남편인 Huggins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이혼을 인정하였다. 한편 위 뉴욕주 지방법원의 이혼판결에는 새로운 합의조항이 포함되었는데, 그 중 몇 가지는 당사자들은 향후 비밀을 유지할 것, 상호 비난을 하지 않을 것, 상대방 혹은 결혼관계를 다루는 어떤 언론매체의 보도에도 참가하지 말 것이었다.

한편 1993. 5. 5. Moore는 미연방 뉴욕주 남부지역 지방법원에 Huggins의 이혼 사건 변호사인 Brian Golden을 피고로 하여 사기를 이유로 한 연방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주장 내용에 의하면, Huggins가 Pennsylvania 주에서 사기 이혼 판결을 받아내는데 위 변호사가 공모하였다는 것이었다. 즉 Huggins가 Pennsylvania 주 이혼소송의 관할을 사기로 획득하기 위하여 가짜로 위 주에 주소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 Moore가 가진 뉴욕 주의 관할에 대한 권리를 사기로 박탈하는 공모적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뉴욕주 이혼 판결의 비밀유지 합의조항에도 불구하고, Moore는 Daily News의 Linda Stasi와 접촉하였고, 그 결과로 Stasi는 위 신문에 3개의 칼럼 기사를 1993. 6. 11., 동년 6. 25., 동년 7. 9. 각 연재하였다. 이것이 바로 이 사건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이하 이 판결에서는 위 각 연재 보도의 내용 중 원고가 문제로 삼은 18가지 부분을 옮겨 적고 있고, 한편 두 번째 기사가 발표되기 직전에 Moore가 Huggins의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기 위하여 뉴욕주 가정법원에 낸 신청의 경과를 요약하고 있다.)

1993. 7. 원고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Melba Moore, Daily News, 그리고 Linda Stasi이다.

피고인 Daily News와 Stasi는 우선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보통법 및 헌법에 의한 항변을 하였는데, 이는 그 보도가 소송의 대상이 안 되는 의견(nonactionable opinion)이고, 만일 사실 보도라 하더라도 원고는 공인(public figure)으로 간주되어야 하므로 여기에는 헌법상 요구되는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의 요건이 필요한데,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원심(原審)에서는 위 보도를 전부 의견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의 약식판결(summary judgment) 신청을 인용하고, 이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판결 이유


1. 의견 보도인가 여부

우리는 원심이 이 사건 보도 내용을 소송의 대상이 안 되는 의견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이 사건 보도 내용을 볼 때, 그 중의 몇몇은 비록 명백히 원고에 대한 공격적 내용을 담고 있고 그 시사하는 내용이 허위라 하더라도 소송의 대상이 안 되는 의견에 불과하고, 또한 몇몇은 소송절차를 비교적 정확히 보도하고 있는 한 민권법(Civil Rights Law) 제74조에 의하여 허용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또한 몇몇은 명백히 소송의 대상이 되는 사실보도에 해당한다.

생각건대, 법원이 해야 할 첫 번째의 작업은 소송의 대상이 되는 사실보도의 주장과 소송의 대상이 안 되는 의견보도의 주장을 구별하는 것이다. 연방법 및 뉴욕 주 헌법에 의거하여 이러한 구별을 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① 문제가 되는 특정 언어 표현이 곧바로 이해될 수 있는 정확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여부, ②당해 보도가 진위인지의 입증을 할 수 있는지 여부, ③당해 보도를 하게 된 매체상의 제반 여건이나 이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적 여건이나 제반상황을 놓고 볼 때, 독자나 청취자들이 보도되는 내용이 사실이라기보다는 의견에 불과하다고 믿게 될지 여부이다.

또한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당해 보도를 의견의 표시라고 일단 분류한다고 해서 그 자체 곧바로 그 보도가 명예훼손 책임에서 면제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뉴욕 주에서는 다음과 같은 보통법상의 구별 기준이 있다. 즉 외관상 의견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독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실관계의 기초를 암시하고 있는 보도와 그러한 사실관계의 기초를 암시하지 않는 보도의 구별이다. 전자의 의견보도는 소송의 대상이 되는데, 그 이유는 여기에서는 보통의 독자라면 그 보도된 의견이 독자 자신이 검증할 수 없는 원고에게 유해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자의 의견보도는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는 보통 추측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주의 선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표현이 의견에 불과하다고 하여 반드시 더 강력하게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당해 표현에 의하여 나타난 인상과 함께 그 표현의 전반적 어조(語調)를 합리적 독자의 시각에서 고려하여야 한다.", "언론매체는 그 출처를 제3자로 확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보도를 함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여 특권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적 목표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개인의 명예를 옹호하는 역사적 권리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명예훼손 대상으로 원고가 주장한 위 18개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원심의 결론과는 달리 그 모두를 소송의 대상이 안 되는 의견의 보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2. 민권법(民權法, Civil Rights Law) 제74조에 의한 소송절차 보도에 관하여


민권법 제74조는, "민사소송은 개인, 단체 혹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절차나 입법절차 또는 다른 공식 절차에 관한 진실하고도 공평한 보도를 이유로 하여 유지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면, 이러한 특권(the fair reporting privilege)에 의하여 이 사건 원고가 주장하는 18가지 문제 보도 중 몇몇은 보호를 받는다 할 것이나, 나머지 몇몇은 위 민권법 제74조 보호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3. 가십(gossip) 보도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보도가 가십란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명백한 의견란(예컨대 "Op Ed")에서가 아니라, 가십란(gossip column)에서 보도된 것에 불과한데, 그렇다면 이러한 보도가 딱딱한 뉴스 보도가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의견에 유사한 면책을 얻게 되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반대로 이 사건 보도는 일면(一面) 보도보다는 덜 고상하다 하더라도 뉴스로서 보도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점에 관한 뉴욕주의 선례인 Brian v. Richardson에서는, "당해 기사가 보통 의견을 쓰는 신문란에 나타나게 되었다 하여 그것이 저자로 하여금 명예훼손 책임을 자동적으로 면제시키는 것은 아니다. 사상의 교환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한 우리의 확고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대로 편집자란이나 칼럼란이 허위의 사실보도를 함으로써 개인의 명예를 부당히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하여도 좋다는 면죄부가 부여되었다고는 시사한 바 없다. 합리적 독자가 문제되는 보도를 의견으로 이해할 것인가 혹은 사실보도로 이해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하여 유일하게 유익한 기준이 되는 것은 당해 보도가 이루어진 장소와 함께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여건을 구성하는 다른 제반 상황들이라 할 것이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다른 선례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사적 관심사나 사적 불화는 그것들이 관심을 끈다고 하여 곧바로 공적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적 논쟁거리는 직접 참여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 분파성을 느끼게 되어 공적 관심을 끌게 되는 그런 분쟁이라 할 것이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은 개인들의 이혼과 이혼에 따른 비밀유지의 합의 조항에 관한 것으로서 사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가십이 보도되었다 하여 그 내용이 공적 관심사로 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 법원에서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이혼 관계가 공적 관심사로 승격되어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왔고, 비록 유명 인사들이 관련되어 있고 대중에게 인기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4. 원고가 공적 인물(public figure)인지에 관하여


피고는 비록 이 사건 보도 내용 중 몇몇 부분이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원고인 Huggins는 공적 인물로서 피고가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를 갖고 보도를 하였음을 분명하고도 설득력 있게 입증(by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를 충족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각건대, 원고는 공적 인물이 아니므로 그 주장은 옳지 않고 따라서 그 입증 부담의 기준은 사적 인물에 관한 언론보도에 적용되는 수준이면 족하다 할 것이다.(이하 이 판결에서는 "general purpose' public figure"와 "limited purpose' public figure"에 관한 개념 정의 및 선례의 분석을 하고 있다.)

즉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사회적 명사가 아니고, 또한 그러한 원고가 유명 가수와 결혼하고 이혼하게 되었다 하여 곧바로 사회적 명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한 이 사건 신문보도로 인하여 원고가 공적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여 이로 인하여 그를 공적 인물이라 할 수도 없다.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피고가 그 자신의 거동에 의하여 그 소송 청구인을 공적 인물로 만들고 또 그에 의하여 공적 인물의 항변을 창조해 내는 것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는 공적 인물이 아니고 그 보도 내용이 공적 관심사도 아니므로 피고들은 뉴욕주의 과실책임 기준에 의하여 명예훼손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그러한 수준의 입증을 못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피고의 약식판결 신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

譯: 오관석(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