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마당] 엄마 되기
엄마 되기
예산회계팀
김정연
“결혼하면 철든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말을 “결혼하면 철이 조금 들고, 아기를 낳으면 철이 조금 더 든다”라고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결혼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라면 명절에 다른 사람들처럼 귀성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아기를 가지게 되니 예전과 다른 변화가 느껴졌다. 전에 나는 임신에 대해 아주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남들 다 하는데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듯, 그저 당연히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먼저 임신한 주위 사람들이 “물에도 냄새가 있고 선풍기 바람에도 냄새가 있다”고 말했을 때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넘겼는데, 막상 아기를 갖고 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남들보다 순탄히 입덧 기간을 넘겼지만 그런 나에게도 이런저런 냄새와의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신 기간이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하나의 생명이 쉽게 탄생되지는 않는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들을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유모차 브랜드만 해도 수십 가지인데다 대부분 외국산이라 이름 외우기조차도 쉽지 않다. 유모차는 빙산의 일각이다. 방대한 유아용품 시장을 일일이 파악해 꼼꼼히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도 임신과 육아에 대한 사이트로 바뀌고, 꽤 많은 양의 관련 서적도 구입해 책도 부지런히 읽고 태교도 열심히 하며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도 자제했다. 그런데 어느새 집에 가면 동화책 한 줄을 읽기 보다는 인터넷 서핑을 더 많이 하게 되고, 평소에도 건강에 좋지 않다며 꺼리던 인스턴트 음식이 입덧 기간에 더 당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임신한 친구들은 영어 태교다 손가락 태교다 하면서 배냇저고리도 손수 만들던데 나는 엄마 마음이 편해야 아기도 편하다는 나름의 지론을 내세워 그저 마음 편히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마음 편한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기를 생각하면 감사할 뿐이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임신이라고 했을 때 남편과 나는 너무도 기뻤다. 아무것도 안 보이던 초음파 화면에서 어느 순간부터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초음파를 보러 가는 날이면 뱃속의 아기에게 ‘많이 움직여줘요’하며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어디가 얼굴인지 잘 분간도 되지 않는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엄마 닮았네, 아빠 닮았네”하며 조금이라도 활발히 움직이면 운동선수를 시켜야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팔불출 부모가 되기도 한다.
뱃속에서 아기가 자라면서 움직이는 일이 힘들고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어디에 가더라도 임산부라고 특별히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 임신 기간을 잘 지낼 수 있었다. 며칠 전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데 노인 한 분이 타시더니 젊은 사람이 왜 여기 앉아 있느냐고 일어나라고 하셨다. 그 때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분이 임산부한테 왜 일어나라고 하느냐고 편을 들어 주시자 먼저 일어나라고 말씀하셨던 분이 임산부인 줄 몰랐다고 하시며 앉아 있으라고 하셨다. 이렇게 앉아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날은 그분들의 호의를 편안히 받아들였다.
가족의 생활 패턴도 어느 순간부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에게 맞춰지게 되었다. 아기를 돌봐주시기로 한 부모님은 각종 육아 관련 서적을 읽으시며 손주가 지낼 공간 마련에 분주하시다. 즐겨보시는 TV프로그램도 육아 관련 프로그램으로 바꾸셨다. 남편의 퇴근 후 첫 마디도 “오늘 잘 보냈어?”에서 “꿈이(아기의 태명)는 잘 있었어?”로 바뀌었다. 아직 출산이라는 커다란 산 앞에서 인터넷 사이트의 출산 후기들을 읽어보면 겁이 나기도 하지만, 심호흡을 하며 출산이라는 산을 순탄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용기를 내보기도 한다. 임신 기간 동안 아기의 존재를 느끼며 기쁘기도 했고, 주변에서 모두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기의 탄생을 기다린다는 것에 감동받기도 했다. 다시 임산부가 아닌 워킹맘이 되어 이런저런 육아 고민에 휩싸이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보내온 열 달의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체험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나를 조금 더 철들게 해준 ‘꿈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