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심위후기]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애정남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애정남
기사심의팀 김정민
“이럴 때 참 애매~하죠. 잉. 우리끼리는 이렇게 딱 정하는 겁니다~잉.”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가 등장한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의 대답처럼 명쾌하게 정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생은 갈림길의 연속이요, 점심메뉴 하나에도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니 애정남도 해결하지 못할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닌 듯하다.
지난 10월 26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대한민국 수도의 행정을 책임질 서울시장 선거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선거에 임박할수록 정당과 후보자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고 이에 따라 후보자들에 대한 언론의 비판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둔 어느 날 A신문에 B후보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외부 기고가 실렸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A신문은 B후보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의 기고문을 실었다. 며칠 후에는 B후보를 ‘종북 좌파’라고 표현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담은 논평과 B후보의 국가관과 도덕성에 대한 자질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사설이 게재됐다. 이에 대해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선거기사의 공정성 및 형평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경고결정문 게재를 결정했다. 그러자 A신문은 언론사의 사설과 논평을 선거기사심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은 언론사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해 보도나 논평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에는 사설?;논평?;광고 그 밖에 선거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선거기사 모두가 해당된다. 즉 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일반 기사뿐만 아니라 내?;외부 필자의 기고나 사설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사가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허용되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미국과 같이 언론사가 공개적으로 후보자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고, 반대로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담는 공론의 장으로서 언론의 공적 책임을 강조한다면 언론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언론사의 후보 지지를 허용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언론사의 경영으로부터 편집권의 독립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객관성을 지켜야하는 일반 기사에까지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보수언론, 진보언론과 같이 정치적 성향이 확연히 구분되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 표명을 제약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느 수준까지가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공적책임이라는 가치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할지 애정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