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을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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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혜 수
제42기 사법연수생
언론중재위원회 실무수습교육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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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5년 어느 늦은 봄, 필자가 벚꽃이 만개한 캠퍼스를 친구들과 거닐던 중, 어디선가 카메라를 든 사나이가 우리의 사진을 찍고는 다가와 자신은 모 대학생 잡지사에서 나왔는데, 사진을 봄 특집기사에 실어도 되겠냐고 정중히 요청하여 왔다. 나는 남들보다 좀 눈에 띄었나 하는 으쓱하는 생각과 함께 흔쾌히 이를 수락하였다.
;그 일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던 그해 여름, 중학교 친구에게서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내 사진이 실린 기사를 보았노라고. 곧 이어 지인들의 그 기사에 대한 목격담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하나같이 “사진이 좀 …” 이라고 말끝을 흐리거나, 피식피식 웃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대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 하던 찰나 결국 그 문제의 사진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필자는 얼굴을 다소 찡그린 채 고개를 뒤로 크게 젖히고 목젖이 보일세라 웃고 있었다. 생각 외로 너무 이상하게 나온 사진에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위 일화는 당시에도 크게 대수롭게 생각지는 않았고, 필자의 기억 속에서 금세 잊혀졌지만,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실무수습 기간 동안 초상권 침해 사례에 대해 교육받으면서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물론 이는 애초에 초상권 사용에 대한 동의를 한 사안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에서 자신의 우스꽝스럽게 나온 사진이 공개된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기는 했다. 하물며 자신의 사진이 찍히는 것도 모른 채 그러한 매체를 접하게 됐을 때 당사자들이 받았을 충격은 어땠을지, 사뭇 이해가 갔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언론의 기능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이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등의 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의 ‘정보’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정보화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축이 된 이상, 권력기관에 의한 언론통제는 무조건적으로 배척되어야 함은 헌법 제21조에서 천명하는 바와 같다. 하지만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라야 함은 인류의 오랜 역사적 과오에 비추어 보아도 자명한 일이나, 위와 같은 고도화된 정보통신 기술을 주춧돌로 자유와 힘을 얻게 된 언론이 과연 그 자유만큼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언론의 자유, 보도의 편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명예 및 사생활, 인격권 등이 필요불가결하게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세태에서 일정 매체에 개인의 초상 및 사생활 등이 올라오는 것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굴욕사진이나, XX녀, XX남 등 사인들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떠돌 때마다 포탈사이트의 검색어의 1, 2위를 다투고,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다. 이에 의해 일부 악의적인 네티즌들에 의해 해당 사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공개되는 등 피해가 재생산된다. 게다가 이는 일부 네티즌들의 문제만이 아니고, 언론에서의 무분별한 보도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은 양날의 칼이다. 언론의 막대한 파급력에 대한 권력기관의 견제 및 위협은 역사상 늘 있어왔던 일이며, 언론의 자유가 비로소 보장되려는 시점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언론에게 책임만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고, 위와 같은 침해 사태를 순전히 언론의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과연 어떤 것이 공익적 관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인지, 혹은 단순히 기사 클릭수를 올리고 화제가 되기 위한 선정적이고 무분별한 보도인지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언론의 직접적인 보도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언론이 위와 같은 침해 사태를 예방하는 등의 노력 대신에 오히려 침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언론의 깊은 고민과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보도로 발생한 피해자에 대하여 해당 언론사 차원에서 피해 구제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만이 국민의 언론에 대한 신뢰와 언론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