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분쟁 경험기] 입장 바뀐 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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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뀐 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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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우
인천일보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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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이라는 언론환경에 있는 기자들은 취재원의 명예훼손, 인권침해 등으로 인한 두려움에 떨고 산다. 특종을 노리는 기자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오보, 과장 보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습기자시절 선배들에게 배운 일명 일간지 기자의 조건이 있다. ‘오전에 제출한 취재계획은 저녁 마감시간에 무조건 마감할 것’, ‘사건기사는 몇 분안에 작성 보고할 것’ 등 취재와 기사작성에서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취재 환경이 이렇다 보니 기사의 정확도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취재원의 취재에 대한 소극적 자세와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에 미온적인 자세 등이 이를 더욱 부추긴다. 결국 추측과 꿰맞추기식 기사 보도로 기자와 취재원은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이때 기자들은 피신청인의 자격으로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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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분쟁 경험기’라는 주제로 원고청탁을 받고 며칠간 고민을 했다. ‘왜 나에게 원고청탁을 했을까?’ 라는 고민 끝에 필자가 독특하게 경험했던 언론 분쟁에 대한 내용으로 풀어 나가기로 했다.
;필자는 지방일간지 신문사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대부분 사회부에서 근무를 해 왔다. 그리고 사건 데스크, 지방부 데스크와 사회부 부장, 지방부 부장을 거쳤다. 이 부서는 취재원들과의 분쟁이 제일 많은 부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인 자격으로 그동안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필자는 특이하게 피신청인이 아니라 신청인 자격으로서 언론중재위와 인연을 맺은 뒤 법정까지 확대되는 언론분쟁을 겪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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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필자는 그동안 다니던 회사로부터 신상에 대해 일방적인 불이익 인사발령을 통보받았다(추후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되었음). 그리고 그 불이익 인사발령이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보도됐다. 필자는 이때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 당사자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주는지 직접 접하게 됐다. 보도된 내용은 필자의 20여 년간의 공인으로서의 명예와 개인의 인권침해를 받은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또 가까운 친인척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자괴감에 빠져 더 이상 사회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자문을 구했다. 윤리위원회는 신문윤리실천요강에 의해 인사에 대한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만 답변을 할뿐이었다. 필자는 어떤 식으로라도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고 명예를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이때 언론보도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으로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언론중재위원회였다. 이런 심정으로 언론중재위원회의 문을 열고 들어가 정정보도를 구하는 조정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필자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피해구제를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정정보도청구를 한 것에 대해 피신청인과의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조정은 불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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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의 불성립결정으로 필자는 정정보도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신문사와 민·형사상의 지루한 법적 다툼에 돌입하게 됐다. 필자는 1차적으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복직판결을 받은 뒤 신문사와의 근로관계를 회복했다. 이를 근거로 경찰에 신문사를 형사고발하는 것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신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형사고발에 대해서는 수원지검으로부터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언론사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민사소송은 법정 다툼을 1년여 동안 지루하게 끌었다. 법정에서 주요 쟁점은 1. 당시의 보도내용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의 정정, 2. 현재에도 인터넷상 검색이 가능한 당시 보도내용의 삭제 3. 보도 당시에 제작되어 언론재단에 보관되어 있는 PDF파일 중 일부 기사내용의 삭제 등 3가지 사안의 정정 여부였다. 당시 재판부는 현재로써 PDF파일 중 기사 삭제는 판례가 없어 판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와 이미 보도된 내용에 대한 정정은 어렵다는 이유로 1, 3번 쟁점에 대한 정정에 대해서 필자에게 양보를 권했다. 수차례의 법정 심리 끝에 결국 필자와 신문사는 재판부의 조정으로 2항인 인터넷 검색만 삭제하는 것으로 합의하게 됐다. 결국 필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절반의 명예회복만 이루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전 직장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과 물질적,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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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언급한 언론환경에서 20여 년간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직업적 타성에 젖어 취재원의 권리를 침해하고도 자기합리화를 시켰던 일들이 없었나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 취재 및 보도 시 지켜야 할 개인의 명예존중과 사생활 보호,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오늘도 기사를 꼼꼼히 읽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