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의 서재] 궁금증으로부터 체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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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으로부터 체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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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옥 교수 現수원대법정대학언론정보학과명예교수 언론중재위원 (2002. 3. ∼ 2005. 3.) 한국방송학회 회장 중앙일보 동경지사장, 부국장 중앙일보, 동양방송 프로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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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재’라고 하는 것은 살며 읽어온 책 중 어떤 대목이 마음속에서 이따금 떠오른다는 것이리라. 그런 책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이어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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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왜 읽는가? 너무 당연한 질문 같지만 유아원에서는 글책이 아니라 그림책부터 시작한다. 그 이전에 인사며 손짓 발짓 등 몸짓언어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6살 이후 성장기까지 주로 책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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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는 책이 뒤로 밀릴 수가 있다.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라디오, 영화, 음악, 온갖 공연, 전시회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하여 정보와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사실 성장해서는 책에 의존하기보다 다른 매체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열 번 강조하여도 잔소리라 할 수 없다. 그 이유로 첫째, 책은 능동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내용의 책을 구해 아무 때나 읽을 수 있다는 근접성과 시의성에 있다. 아무리 좋은 다큐프로그램이라도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볼 수 없지 않은가. 둘째, 관심의 폭이 무한대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에 대하여 책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접속 시간대,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비용, 보관과 반복성, 이웃과 나누어 보기 등의 이점이 있으나 다 부수적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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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하나 늘 접혀 있는 책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마빈 해리스, 199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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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책의 중요성 때문에 ‘마음의 책’ 이야기가 늦어졌는데 내 마음에 하나 늘 접혀 있는 책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마빈 해리스, 1992)다. 한 예로 인도인은 왜 소를 잡아먹지 않고 신성시 여기는 것일까 하는 점이 한 장(章)으로 나온다. 힌두교도들은 암소를 신으로 모시며 신성시 여긴다. 근원에는 땅을 경작하고, 우유를 제공하고, 똥은 연료로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유용한 면이 있기도 하다. 그 밖에 이를 근간으로 우유, 버터, 오줌, 똥을 섞어 신성한 ‘넥타’를 만들어 조상(彫像)들과 예배자들에게 뿌리거나 처덕처덕 바르는 의식도 나온다. 종교를 포함한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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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을 통해 당시 받아들인 감흥은 세계의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 대한 역사적 이해 없이 ‘한심하다든가, 이해가 안 된다든가’하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은 1978년이었으나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1992년이니 14년의 차이가 있었는데 왜 그렇게 늦었을까. 요즘은 인기 있는 책은 세계 동시에 출간되고 미국영화의 경우는 한국에서 먼저 상영되기도 한다. 바로 90년대는 일본 NHK위성방송이며 홍콩의 스타TV가 시작된 글로벌화 초기 단계였다. 세계를 MTV 등 팝으로 균일화해 가면서도 각 나라의 문화나 풍습을 바르게 이해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그만치 세계화에 늦어져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당시는 방송계에서 학교로 옮긴 때이고 전공이 커뮤니케이션 역사와 방송문화였고 방송이란 곧 ‘그 사회와 인간, 그리고 역사의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문화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 있었다. 문화인류학의 책이었지만 바로 세계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너와 내’가 다른 데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종교적 의미, 가치체계, 인지체계와 다른 유물론적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서 보면 역사의 이데올로기며 기호학적 신화분석 등의 용어로도 설명이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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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 관련하여서는 주위에 수백 권의 책이 있으나 대개는 매스컴현상을 설명하는 책들이고 이런 유의 책 수명은 약 3년이라고 말하지만 중요한 건 원론이다. W. J Ong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이외에 H. Innis 책, J. D. Stevens와 H. D. Garcia의 ‘Communication Hitrory’ 등이 아직도 옆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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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바로 궁금증이다. 호기심은 경험을 갖게 하고 궁금증은 책을 찾고 실험을 하게 만든다. 지식은 한 분야의 관련 서적들을 통하여 내적으로 체계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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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책과 관련하여 10~20대는 학습서적과 소설·시, 30~40대는 지식과 경험에 대해, 50~60대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 추구해 온 것 같다. 책을 읽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바로 궁금증이다. 호기심은 경험을 갖게 하고 궁금증은 책을 찾고 실험을 하게 만든다.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의 기호를 읽게 해주는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지식을 쌓게 하지는 못한다. 지식은 한 분야의 관련 서적들을 통하여 내적으로 체계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80년대 일본에서 언론계 직장에서 근무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일본에는 ‘일본이란 무엇이냐’에 관한 책이 1귔여 종 있었다. 그중 몇 권을 읽어 내재화하려 했다. 루스 베네딕트(Ruth F. Benedict)의 ‘국화와 칼’, 나까네 치에(中根千枝)의 ‘수직사회의 인간관계’는 그 중 기본이 되었다. 그 밖에 E. T. Hall의 ‘침묵의 언어’는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유형의 구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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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조선회사에 강의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대륙 초원의 커뮤니케이션 역사에 세계 해양의 역사를 보태기 위하여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2008)가 유용했다. 전공인 초원의 커뮤니케이션 역사에 해양을 보태어 새롭게 구성해 본 것이다. 요즘 관심사는 ‘왜 우리나라는 물질문화에 약했는가’, ‘한·중·일의 문화차이의 근원은’ 등의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전공과 관련하여서는 SNS의 기계적인 현상이 아닌 ‘역사 속 인간의 자기표현과 사회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SNS’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궁금증이 있는 한 책은 계속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체계화하려 노력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