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토크] 선거운동은 정말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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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은 정말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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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재 규
정책연구팀 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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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총선과 대선, 양대 선거가 있는 올 해 ‘공직선거법’에 자꾸 관심이 가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제58조 제2항에 이르러 다음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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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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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은 누가, 언제부터,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선거운동이 주체, 시기, 방법 모든 면에서 썩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선·총선·지선 3대 공직선거를 망라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총 17개의 장과 279개 조로 이루어진 방대한 법률이다. 이 가운데서 선거운동에 관한 규정은 전체 조문의 약 22%에 달하는 61개 조문에 달하는데 대체로 선거운동의 주체나 시기, 방법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이다. 일례로, 19세 미만의 사람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또, 선거운동기간 아닌 때에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되면 ‘사전선거운동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참고로, 선거운동이 가능한 기간은 총선의 경우 13일, 대선 역시 22일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공직선거법이 표방하고 있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무늬만 자유’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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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작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탈법선거운동금지’조항과 관련해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2007헌마100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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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정이 선고되기 전까지 UCC, 블로그, SNS 등과 같은 각종 인터넷매체는 책자나 전단 등과 같은 각종 인쇄물과 유사하게 취급되었다. 그래서 선거운동기간 아닌 때에 인터넷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글이나 영상을 인터넷상에 올리는 것은 엄격히 규제되었다. 이와 관련, 논란이 된 대표적인 사건이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가 선거 당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명인의 투표인증샷을 금지한 일이다. 이와 같이 규제영역에 포함되어 있었던 인터넷매체를 헌법재판소는 자유로운 영역으로 옮겨놓았다.
헌재의 결정이 있은 직후, 중앙선관위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 전자우편,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상시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7년 이후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던 ‘인터넷선거운동의 상시화’가 허용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은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소통하고 있으며 인터넷선거운동의 상시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원스런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의 실질적 부자유를 고수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근간은 여전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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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기간 이전에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이외의 의사전달매체를 통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선거의 과열을 막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앞에서는 매체의 종류에 따라 차별이 있지 아니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매체라 하여 위 입법목적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이것은 위헌결정 당시 소수의 반대의견을 낸 두 명의 재판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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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소수 의견은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행 선거법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무늬만 자유일 뿐인 현행 선거법 하에서 인터넷선거운동만 상시 허용하는 것은 특혜이며,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치일 수 있다. 이러다보니, 현재도 카카오톡은 되고 문자메시지는 안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해석을 낸 중앙선관위 역시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가 ‘기능적 차이가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행 선거법 규정상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하나를 넘었을 뿐 갈 길이 아직 멀다. 무늬만 선거운동 자유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선거법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그에 앞서 돈선거, 관선거, 흑색선전,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선거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그러면 선거법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 선거의 주인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는 국민과 선거법의 충돌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