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환의 음악의 발견] U2 「Achtung Baby」
;
U2 「Achtung Baby」
;
;
;
이일환(음악 칼럼니스트)
;
1991년은 음악팬들에게 특별한 해로 회자되곤 한다. 아마 너바나(Nirvana)의 「Nevermind」,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의「Screamadelica」를 비롯해서 록음악사에서 중요한 앨범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 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20주년을 맞이한 작년에는 이를 기념하는 20주년 음반들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유투(U2)의 음반도 1991년에 발표된 음반 중 하나다. 당시 나는 그다지 진지한 리스너가 아니었지만, 이 음반을 들었을 때 뭔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987년에 발표된 앨범「The Joshua Tree」는 유투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다 줬다. 이 앨범의 성공을 바탕으로 밴드는 세계를 돌면서 공연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유투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들은 단순히 공연만 한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악의 새로운 흐름과 경향을 뱀파이어처럼 단숨에 흡수하였고, 자신들의 새로운 음악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 구상을 실제의 사운드로 구현해내기 위하여 베를린의 한자 스튜디오로 날아갔다. 그들이 브라이언 이노, 다니엘 라노어, 스티브 릴리화이트, 플러드와 같은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들로 이루어진 드림팀을 꾸려서 완성한 음반이 바로 「Achtung Baby」이다.
나는 이 앨범을 시간차 없이 바로, 그리고 즐겨들었던 것에 감사하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이 앨범이 너무나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음반을 두고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만남이라든지, 장르 혼용으로 거둘 수 있는 성공의 최대치라는 식으로 추앙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매료된 것은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어떤 분위기이다. 그것은 아마도 흔히 이야기하는 ‘동시대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동시대성에 대한 가장 멋진 비유는 조르조 아감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팽창하는 우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성운은 그 빛이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우리가 하늘을 어둠이라고 지각하는 것은 바로 이 빛이다. 전속력으로 우리를 향해 오지만 그래도 빛을 내는 성운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멀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는 그 빛 말이다. 현재의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도달하려 애쓰지만 그럴 수 없는 이 빛을 지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동시대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이다.” 이 앨범「Achtung Baby」는 아감벤의 비유처럼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은 빛을 끌어당겨서는 기어코 밤하늘을 밝혀버린 느낌이다. 그러니까 ‘동시대성’을 기어코 ‘유행’으로 만들어버린 기묘한 작품이기도 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 상황이다. 역사학자인 야콥 부르트하르트의 말처럼 위대한 작품은 천재의 특별한 능력과 예술의 발전 단계의 적절한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0과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세계가 탐험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대륙에서는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바로 그 베를린에는 데이비드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 이기 팝, 로버트 플립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전통과 기이한 울림을 가진 커다란 홀을 가진 한자 스튜디오 2가 있었다. 여기에 새로운 음악을 실험하던 젊은 프로듀서인 플러드까지, 정말 운 좋게 한 곳에 서로의 기운을 품은 채 모인 것이다. 이 음반에 가득한 고유한 앰비언스(Ambience)는 이처럼 특별한 능력과 적절한 시기가 딱 맞아 떨어져 탄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투의 최근 음반들은 ‘박제된 신화’처럼 보이지만 20년도 더 된 이 앨범은 여전히 동시대적으로 느껴진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지만 어떤 것은 제자리에서도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