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토크] 유명인의 주변 인물이면 덩달아 유명인?
;유명인의 주변 인물이면 덩달아 유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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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재 규
정책연구팀 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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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후배가 군 복무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고교 시절, 그는 비보이였고 대학 전공은 수학이다. 특이한 이력 덕분에 후배는 기사에도 몇 번 실리더니 이 바닥(?)에서 나름 유명인이 됐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자서전을 낸단다. 다 좋은데 문제가 하나 있다. 자서전에 ‘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명인의 주변에 있다가 덩달아 유명세를 치르는 경우가 있다. 자서전에 이름이 올라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단지 유명인의 배우자 혹은 연인이라는 이유로 기사화되기도 한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이 모든 상황을 당사자는 그저 감수해야만 하는 것일까?
작년 5월 10일, 모 재벌 정 부회장이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에 앞서 4월 20일에는 상견례가 있었다. 이 상견례 장면을 한 인터넷신문에서 단독 보도했다. <;정○○·한○○, 극비 상견례 포착 … ○○○ 로얄패밀리 총출동>; 제하의 기사를 비롯하여 모두 6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에서는 상견례 당일 예비신부 한 씨의 옷차림에서부터 신혼집의 위치 및 규모 등을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한 씨가 차에서 내리는 장면, 정 부회장과 웃으며 대화 나누는 장면 등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공인인 정 부회장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한 씨 입장에서 이런 기사는 좀 불쾌했을 것이다. 결국, 정 부회장 측의 제소로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1심 법원은 문제의 기사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그 위법성을 판단했다. 먼저, 상견례 사실, 결혼계획, 신혼집의 현황, 예비신부에 대한 기본적 정보(성명, 초상, 경력) 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에 관해서 법원은 정 부회장의 사회적 지위, 대중적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러나 상견례 및 데이트 장면 등에 관한 세부적 묘사, 즉 현장의 구체적인 분위기나 예비신부의 옷차림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 이를 촬영한 사진들에 관해서는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1심 법원은 해당 언론사에 문제된 사진의 삭제 및 500만원 내지 1?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했으며 이러한 결론이 2심 재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종전 판례에 따르면, 유명인의 주변 인물들은 유명인과는 구별해서 취급되었다. 즉, 스타와 결혼할 사이라고 해서 그 배우자마저 공적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며, 스타의 결혼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에까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서울지방법원 2001. 12. 19. 선고 2001가합8399 판결).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종전과는 달리 유명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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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정○○은 이른바 ‘공적 인물’의 지위를 취득하게 되어 그의 재혼을 둘러싼 사생활은 일반인의 지대한 관심을 끌 만한 사항에 해당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 한○○ 역시 원고 정○○과의 재혼에 관련된 범위 내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바, … 위와 같은 대중적 관심 자체를 일부 사람들의 단순한 흥미 내지 호기심의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서울고등법원 2012. 3. 9. 선고 2011나8908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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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배우자가 누구이며, 그의 이름?;초상?;학력 등 인적사항 역시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본 이 판결이 앞으로 다른 유명인의 주변 인물 관련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지 여부는 다소 불확실하다. 만일 이러한 판결이 계속 유지된다면 유명인의 주변 인물이 공개를 감수해야 할 몫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유명인의 배우자 혹은 연인이라고 해서 덩달아 유명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혹시 사람들의 관심이 싫고, 안온한 삶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주변에 유명인은 없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