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재의 잡문노트] 헤밍웨이의 칵테일, 모히토
;헤밍웨이의 칵테일, 모히토
이용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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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 헤밍웨이(Ernest Hermingway, 1899~1961)를 생각하면 그가 남긴 주옥같은 소설들이 거의 조건반사처럼 떠오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노인과 바다>;를 읽고, 노인이 낚시로 잡자마자 먹는 생선 맛이 어떨까 입맛을 다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의 맛을 궁금하게 여기던 초등학교 5학년은 애주가가 되었다. 여전히 <;노인과 바다>;를 즐겨 읽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소설을 통해 헤밍웨이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술,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칵테일이 있기 때문이다. ‘모히토(Mojito)’가 그것이다.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사실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모히토는 쿠바에서 비롯된 칵테일이다. 하지만 많은 음식이 그러하듯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다. 다만 19세기, 영국의 항해가 및 해군 제독인 프란시스 드레이크(1540~1596)의 이름을 딴 ‘엘 드레이크(El Drake)'라는 칵테일이 모히토와 비슷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한편 같은 19세기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아프리카 노예들이 마셨던 사탕수수즙 ’구아라포(Guarapo)'가 원형이라는 이야기 또한 있다.
모히토의 매력은 라임과 박하잎이 자아내는 열대의 향과 청량감에 있다. 연마제 역할을 하는 설탕과 함께 박하잎을 짓이기면 향유가 배어나오고, 설탕과 섞여 모히토의 진수를 만들어낸다. 이 독특한 과정 때문에 재료를 짓이기는데 쓰는 ‘머들러(muddler)'가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덕분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탬퍼(tamper)'와 더불어 술이며 커피 문화 애호가들의 수집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칵테일이 그러하듯, 모히토 또한 이론적으로는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다. 리큐르를 비롯한 재료들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국제 바텐더 위원회(IBA, International Bartenders Association)의 공인 레시피에 의하면 럼과 갓 짜낸 라임즙의 비율이 8(40ml)?(30ml)이다. 설탕 두 큰 술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박하잎 서너 개, 라임즙을 넣고 으깬 뒤 럼과 소다수를 더하면 된다(참고를 위해 덧붙이자면, 모히토에 쓰는 럼은 짧은 숙성 과정을, 그것도 스테인레스 통에서 거친 백색 럼이다. 참나무로 만든 통에서 주로 오랜 기간 숙성을 시킨 럼은 진한 갈색을 띤다)
이렇게 별 재료도 들지 않고 만드는 과정 또한 간단해 보이지만, 맛있는 모히토, 또는 칵테일을 아마추어가 만들어 내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매 해 여름이면 시도해보지만 단 한 번도 만족했던 적이 없다. 서로 다른 술을 섞어야 하는 것은 물론, 온도 또한 잘 맞춰줘야 하므로 균형을 유지할 줄 아는 섬세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히토의 경우, 박하잎을 지나치게 힘주어 짓이길 경우 풀의 풋내가 쓴맛까지 올라오기 십상이다. 역시 제대로 된 칵테일을 맛보고 싶다면 전문가인 바텐더를 찾아가야 한다.
요 몇 해 사이 대중화된 덕분에, 웬만한 바에서는 모히토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맛있는 모히토의 미덕은 균형이다. 원래 리큐르의 비중이 높지 않아 부담 없이 그리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달아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레몬으로도 얼마든지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열대의 청량감을 위해서라면 특유의 달콤한 향을 지니고 있는 라임이 제격이다. 대부분의 칵테일은 바텐더가 판단하기에 최적인 온도로 맞춰 나오므로 가급적 빨리, 5분 안에 마시는 것이 그 정수를 즐기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