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재의 잡문 노트] <머니볼>과 야구를 보는 새로운 시각
〈머니볼〉과 야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이용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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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슬 여름이 다가오니 야구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여름이야말로 야구 관람의 제철이기 때문이다. 마침 야구 영화 〈머니볼〉이 개봉한지도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다. 〈머니볼〉은 야구 그 자체 및 마이클 루이스 원작의 팬 시각에서 보았을 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원작의 핵심을 이루는 아마추어 선수 발굴의 과정을 거의 대부분 들어내었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의 선수 평가 및 팀 운영 철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 피터 브랜드(조나 힐 분)는 영화만을 위한 가상의 존재다. 실존 인물이더라도 영화에 재미를 더 불어넣기 위해 적당한 가공을 거쳐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그 젖줄 역할을 하는 마이너리그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개봉 시기에 들어보았음직한 이야기다.
; ; 물론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 또는 한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기는 하다. 다행스럽게도 빌리 빈 역의 브래드 피트를 위시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해, 원작을 뚝 떼어 놓고 영화만 생각한다면 아주 못마땅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석이 영화에는 존재한다.
; ; 야구 자체의 역사는 백 년을 훌쩍 넘기지만, 〈머니볼〉을 가능케 한 야구 철학의 역사는 아직 불혹을 바라보기 이전이다. 이렇게 새로운 야구 철학 또한 야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숫자, 즉 통계자료에서 비롯된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야구를 ‘숫자놀음’이라고 비유한다. 어느 종목보다 통계자료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크고, 또 작전을 비롯한 경기의 운영에 빈번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보다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 또한 이렇게 야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숫자가 담고 있는 정보를 보다 더 깊이 있게 파헤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야구 연구회(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회'에서 처음 비롯되었으므로, 그 첫 자를 딴 'SABR'로부터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컴퓨터를 이용한 야구 데이터 분석)'라는 용어를 이끌어내 오늘날에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 세이버메트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야구 연구가 빌 제임스(Bill James)는 미군으로 한국에 주둔 경력 역시 가지고 있는데, 군 제대 후 콩 통조림 공장의 보안 요원으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 야구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선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는 통상적 기사와 달리, 그의 기사는 언제나 박스 스코어 등을 포함한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분석적이라는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의 분위기와는 달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차츰 지지기반을 다지고 저변을 넓혀 오늘날 그러한 시각을 도입한 단장의 이야기가 책을 비롯해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큰 공헌을 했다. 2003년 이후부터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위해 일하는데, 정확한 업무 영역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는 바가 없지만 선수 영입 등에 관련된 자문을 통해 86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공헌을 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 ; ;세이버메트릭스의 중요성은 이제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타자의 경우, 단순한 타율보다 출루율(OBP : On-Base Percentage)을 더 의미 있는 통계로 인정한지도 오래다. 안타이거나 볼넷이거나 상관없이 일단 출루를 해야 득점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투수의 경우, 예전처럼 공격력이나 운 등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승수보다는 방어율이나 그로부터 비롯되어 투수의 독자적인 투구 능력 자체만을 평가하는 FIP(Field Independent Pitching : 수비로부터 독립적인 투구) 등이 보다 더 바른 지표로 쓰이고 있다. 또한 수비력을 객관화하여 평가하려는 시도 또한 다양하게 제안되어 점차 정착 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