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분쟁 경험기] 한 순간 잃어버린 나의 명예, 그 소중함을 되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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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잃어버린 나의 명예, 그 소중함을 되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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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소 희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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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면 기업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선거를 치루면서 정치인들이 서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연예인이 네티즌을 고소했다는 기사가 꽤 자주 실린다. 그동안 그들이 언론으로 인하여 명예훼손을 당하며 법적다툼을 하고 심적인 고통을 호소할 때, 그들의 심정을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아주 평범한 대학생인 나에게는 그러한 언론분쟁, 법적다툼이 너무나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그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을 해서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내 인터뷰와 사진이 실린 기사가 A신문사에 나왔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그 기사를 찾아봤더니 나의 사진이 실려 있고 그 밑에는 한 사립대 경영학과 4학년 대학생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내 성과는 다르게 정 모씨라고 되어 있었지만 나는 대학교 4학년 그것도 경영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에 나조차도 헷갈릴만한 상황이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은 작년에 해외봉사 갔을 때의 사진이었다. 우리 봉사단의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신문에 20차례 소개가 되었고 그 기사에 모두 이번과 같은 사진이 실렸었다. 다음 기수 선발에도 포스터 사진으로 사용되어 SNS에 많이 있는 사진이어서 주변사람들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음에도 모두 알아보고 연락을 해준 것이었다.
사진에 찍힌 나의 행복한 모습과는 반대로 이 기사는 내가 더 이상 웃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기사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취업을 위해 이른바 스펙 쌓기를 위해 자비를 들여서 최저가 해외여행이라는 생각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로 어쩔 수 없이 해외봉사를 다녀왔다는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 인터뷰 바로 위에 나의 사진이 실려 있고 사진 밑에는 “위 사진과 기사의 내용은 무관합니다”라는 당연하게 필요한 설명 대신에 “순수한 봉사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학생도 많지만 최근엔 여행 자체가 목적이거나 취업용 스펙 쌓기를 위해 해외 봉사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라고 오히려 부정적인 면을 더 강조하며 적혀 있었다.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로 인하여 내가 마치 잘못된 일로 인해 신상을 숨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 당해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 때 다행히 해외봉사를 주최해 준 곳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A신문사에 해당 기사의 사진을 항의하며 사진 삭제요청을 하였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나도 사진은 삭제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여 일단 신문사의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고 기사의 사진에 대한 항의를 하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필자는 그 이후로 언론사가 너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나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상대방으로부터 사진 삭제를 요구하는 것조차 이렇게 어렵다는 것이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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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굳혔지만 아는 것이 전혀 없어서 막막했다. 일단 인터넷에서 도움을 얻어 보기로 했다. 언론피해에 대한 검색을 하자 언론중재위원회가 나왔고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였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법적으로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니지만 법적 효력을 가지는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홈페이지에 방법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고 예문도 있어서 그것을 참고하며 조정신청서를 작성하였다. 그동안 같은 사진이 20차례 게재되었던 다른 언론사의 기사도 첨부하였다.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에 대한 조정신청서를 자료들과 함께 제출하자 언론중재위원회 측에서 연락이 와서 절차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위원회에 출석하여 피신청인 측과 함께 언론중재위원들 앞에서 조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위원회에 나가서 피신청인인 신문사 대리인을 만나고 진술해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내 사진이 무단 도용되어 명예가 지속적으로 훼손되는 것보다는 괴롭지 않았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1차 조정심리 과정에서 부장판사, 언론인, 언론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언론중재위원들께서는 정확하고 공정하게 조정을 해주셨고 이로 인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1차 심리의 결과, 사전에 이미 기사로 많이 유포되어있었던 사진이기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어도 본인이 특정된 것이 인정되고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결론이 났다. 언론중재위원들은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권고했지만 피신청인 측이 회사와 상의를 해봐야 한다는 이유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1번의 심리를 더 받아야 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나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결국 한동안 앓아누워 있어야 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2차 심리에서는 1차의 결과가 그대로 이어졌고 피신청인 측이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되었다. 사건은 결판이 났다. 이렇게 나의 짧지 않았던, 한 달간의 힘들었던 시간은 지나갔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에 언론으로 인하여 약자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혼자 해야 했다면 이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소송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대학생인 나에게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해당 기자에게서 사과를 포함하여 그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였다. 또한 아직도 블로그와 여러 사이트에 남아있는 나의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이 마치 죄인처럼 보이며 나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정정보도로 인하여 요구하면 해당 사이트에 사진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이제는 매번 억울한 심정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명예를 지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도 중요한 일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피해를 받고도 대항하기 힘든 약자였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나를 도와주는 손길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피해 받는 일반인들을 위하여 일해 주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런 언론피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