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토크] ‘얼굴’까지 공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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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까지 공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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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재 규
정책연구팀 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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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이단(異端) 시비.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다. 세인들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가끔 주류 매체에서도 이단 시비가 있는 종교단체들을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사회문제로 비화되었을 때다. 여전히 이단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뭐라 말하기도 어렵다.
이단 시비가 있는 종교단체의 신도 9명이 모 종교방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일부 승소했다. 2심 법원은 방송사 측에 원고 한 명당 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 11. 4. 선고 2010나121031 판결)을 내렸다. 대체 방송사는 무슨 일로 소송에서 진 것일까?
방송사에서 제작, 방영한 문제의 프로그램 출연 강사가 마침 유명한 이단전문가였다. 세인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일지 모르지만 기독교 내에서 이단은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강사는 원고들이 소속된 단체를 이단으로 지목하며 이단의 초등학생들에 대한 포교활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연한다. 그러면서 “4살짜리, 5살짜리 아이들이요, 교주를 찬양하는 그런 영상 노래를 저희가 어렵게 구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영상을 보여준다. 이 영상 속에 십 수 년 전 원고들의 모습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소송에서 방송사는 이단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잠시 해당 종교단체 측이 인터넷에 게시한 영상을 이용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럴 수 있다. ‘百聞이 不如一見’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단의 폐해에 대해 백 번 듣는 것보다 어린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교주를 찬양하는 모습을 한 번 보는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피고는 방송사다. 보여줄 것이 없어서 문제지 보여줄 것이 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원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단의 폐해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공익성은 인정된다 할 것이나, … 이 사건 프로그램 중에 반드시 어린이들인 원고들의 사생활의 영역인 종교활동 동영상을 포함시켜 원고들의 초상이나 음성을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고 보이는 점, …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얼굴을 식별하지 못하게 하고 또한 음성을 소거하거나 자막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원고들의 법익침해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아니한 점… 에 비추어 피고의 위법성 조각 주장은 이유 없다”
사안의 공익성과 초상 공개의 공익성을 구분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 하겠다. 사안 자체가 아무리 공공의 관심사라 하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 굳이 초상까지 공개할 필요성이 없었다면 해당 프로그램 또는 기사는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문화일보의 신정아 씨 나체사진 보도 때도 그랬고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정용진 부회장 소송에서도 그랬다.
흔히 펜은 검보다 강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자의 펜은 어떤 검이어야 할까? 이제 기자들은 글라디우스(짧고 뭉툭한 로마시대의 검)가 아니라 환부만을 정확히 도려낼 수 있는 예리한 메스를 집어 들어야 할 때다.
한편, 방송사가 항변한 내용 중에는 문제의 영상이 해당 종교단체 부설 유치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것이라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도 조심해야 한다. 법원은 “홈페이지에 이 사건 동영상이 올려져 있었다고 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과 같이 원고들에게 모욕적인 내용이 포함된 방송에 이를 사용할 것까지 허락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대로라면, 공개된 영상 및 사진이라 해도 미담기사에서나 사용할 수 있을 뿐 비판기사와 같은 부정적인 내용에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