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끊이지 않는 설(說), 설(舌)에서 나오는 설(褻)
끊이지 않는 설(說), 설(舌)에서 나오는 설(褻)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학과
이 미 혜
11월 14일, 인터넷은 또 한 번 말로 시끄러워졌다. 톱스타 이효리씨가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 네티즌이 말장난으로 올린 한 게시판 글이 SNS를 따라 이말 저말이 덧붙여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이효리씨 본인이 SNS을 통해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어떤 사람이 사망설을 퍼뜨린 거냐며 직접 반박을 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런 해프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연기자 변정수씨 역시 사망설로 홍역을 치렀다. 변정수씨는 가족까지 연루되어있는 자신의 사망설을 듣고 그 후로 인터넷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가수 나훈아씨는 악성루머에 대해 기자회견까지 열어 자신의 무고함을 해명하고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서슴없이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이런 설(說)은 그다지 기상천외한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요즘,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소식들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이 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한 열애설에서부터 게이설, 조폭 연관설, 낙태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 고인 등으로 만들어버리는 설(舌)의 위력은 가히 대단하다. 그러나 이젠 이런 설들을 단순한 흥미를 위한 이야깃거리로만 치부하기엔 도를 지나친 것 같다. 물론 연예인들은 대중에게 공개된 사람들이기에 사생활의 공개범위가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넓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설픈 의혹이나 터무니없는 추측에서 비롯된 말이 사실로 돌변해 비난과 논란의 화살로 돌아오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설이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삶과는 다른, 비밀에 둘러싸인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더욱 그러하다. 당사자나 관련된 사람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것이라 함부로 추측하거나 의혹을 가질 수 있고 또한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재미까지 더해지니 확산이 더더욱 빠르다. 하지만 그 결과 당사자는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이처럼 설(說) 즉, 루머로 인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아이피 추적을 통한 고소가 몇 차례 실행된 적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또한 강력한 조치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정책이 제안되었지만 이 또한 개인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주장으로 무산되었다. 과연 최선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나는 법적인 제도에 앞서 네티즌인 우리들이 앞장서서 바른 인터넷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상의 소셜네트워크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컴퓨터프로그램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자신이다. 실명공개를 통해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제도보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자발적인 개선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신호등이 파란 색일 때는 건너고 붉은 색일 때는 멈춰야 하듯, 인터넷 상에서도 보이지는 않지만 지켜야할 도리가 있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그러하다는 것. 서로의 당연한 권리를 지켜주는 ‘역지사지’의 자세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며 배려할 때에 우리 사회 역시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